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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축제

영국의 기상천외한 전통, 치즈 굴리기 대회(Cooper's Hill Cheese Rolling and Wake)

영국의 ‘치즈 굴리기 대회(Cheese Rolling Festival)’는 매년 5월의 마지막 월요일, 영국 글로스터셔(Gloucestershire) 주의 쿠퍼스 힐(Cooper’s Hill)에서 개최되는 독특한 전통 행사이다. 참가자들은 언덕 꼭대기에서 굴려 내려가는 둥근 치즈를 따라 언덕을 전력 질주하며, 가장 먼저 결승선에 도착한 사람이 우승자가 된다. 하지만 쿠퍼스 힐의 경사가 매우 가파르기 때문에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치즈를 쫓다가 넘어지거나 구르며 내려가게 된다. 이 대회는 위험성이 높지만, 그만큼 짜릿한 긴장감과 유쾌한 분위기로 인해 영국을 대표하는 전통 행사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치즈 굴리기 대회의 기원은 명확하지 않지만, 최소 2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 기록에 따르면, 이 행사는 원래 농부들이 한 해의 풍요를 기원하는 의식에서 시작되었으며, 또 다른 설에 따르면 이 지역에서 행해지던 봄맞이 축제에서 유래한 것으로 전해진다. 과거에는 마을 공동체의 작은 행사였지만, 점차 그 독특한 경기 방식이 알려지면서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게 되었고, 현재는 영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수많은 관광객과 참가자들이 몰리는 국제적인 이벤트로 성장했다.

 

영국의 cheese rolling festival

 

1. 대회의 진행 방식과 규칙

치즈 굴리기 대회는 공식적으로 ‘쿠퍼스 힐 치즈 굴리기 및 추격(Cooper’s Hill Cheese Rolling and Wake)’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기본적인 경기 방식은 매우 단순하다. 심판이 언덕 꼭대기에서 무게 약 3~4kg에 달하는 둥근 글로스터 치즈(Double Gloucester Cheese)를 굴리면, 참가자들은 이를 쫓아 언덕 아래로 달려간다. 가장 먼저 결승선에 도착한 사람이 우승자로 인정되며, 우승자는 굴러간 치즈를 상품으로 받게 된다.

 

하지만 이 경기의 가장 큰 특징은 쿠퍼스 힐의 경사가 매우 급격하다는 점이다. 언덕의 기울기가 평균 50도에 달하며, 일부 구간은 거의 수직에 가까워 참가자들은 제대로 달리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내려가면서 균형을 잃고 구르거나 넘어지게 되며, 이 과정에서 크고 작은 부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대회의 위험성 때문에 의료진이 상시 대기하고 있으며, 참가자들은 자유롭게 보호 장비를 착용할 수 있다.

 

대회는 일반적으로 남자 경기, 여자 경기, 어린이 경기 등으로 나뉘어 진행되며, 한 번에 약 15~20명의 참가자가 출발한다. 또한, 치즈를 쫓아 달리는 경기 외에도 ‘치즈 던지기’나 ‘가짜 치즈 굴리기’ 같은 부대 행사도 함께 진행되어 축제 분위기를 돋운다.

 

2. 참가자들의 열정과 축제 분위기

치즈 굴리기 대회는 매년 수백 명의 참가자와 수천 명의 관중이 몰리는 인기 행사로, 현장은 유쾌한 흥분과 긴장감으로 가득 찬다. 참가자들은 대부분 치즈를 따라 언덕을 내려가다 구르고 넘어지지만, 오히려 이러한 장면이 축제의 묘미가 되어 관중들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한다. 많은 참가자들은 화려한 코스튬을 입고 대회에 출전하기도 하며, 일부는 슈퍼히어로 복장이나 동물 탈을 쓰고 경기에 임하는 등 독창적인 스타일을 뽐내기도 한다.

 

관중들은 언덕 주변에서 열띤 응원을 펼치며, 참가자들이 넘어지는 순간마다 환호와 웃음을 터뜨린다. 대회가 끝난 후에는 지역 주민들과 관광객들이 함께 어울려 전통 영국 음식을 즐기며 축제를 이어간다. 근처의 펍과 레스토랑에서는 대회 참가자들을 위한 특별 메뉴를 제공하기도 하며, 라이브 음악과 거리 공연이 이어지면서 분위기가 더욱 뜨거워진다.

국제적인 인지도도 높아지면서, 해마다 미국, 캐나다, 호주, 일본 등 세계 각국에서 온 참가자들이 대회에 도전하고 있다. 일부 참가자는 단순히 치즈를 잡기보다는 ‘가장 멋지게 구르기’나 ‘가장 창의적인 경기 방식’을 목표로 삼으며, 경기 자체를 하나의 퍼포먼스로 승화시키는 모습도 보인다.

 

3. 문화적 의미와 대회의 지속 가능성

치즈 굴리기 대회는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를 넘어, 영국 전통 문화와 지역 사회의 유대감을 반영하는 중요한 행사이다. 쿠퍼스 힐이 위치한 글로스터셔 지역 주민들에게 이 대회는 세대를 거쳐 이어져 온 지역의 상징과도 같으며, 매년 이 행사를 통해 마을이 하나로 뭉치게 된다. 또한, 관광 산업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하며, 대회 기간 동안 호텔과 음식점, 기념품 가게 등의 경제적 효과도 상당하다.

그러나 이 대회의 위험성과 부상 문제로 인해 몇 차례 논란이 제기되었으며, 2010년에는 공식적인 대회가 한동안 중단되기도 했다. 하지만 주민들의 강한 요청으로 다시 부활했으며, 현재는 일부 안전 조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대회가 진행되고 있다. 예를 들어, 과거보다 더 가벼운 인공 치즈를 사용하거나, 참가자들에게 보호 장비 착용을 권장하는 등의 방식이 도입되었다.

 

치즈 굴리기 대회는 영국 특유의 유머 감각과 도전 정신을 상징하는 행사로,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독특한 경험과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안전을 고려한 운영 방식이 지속된다면, 이 대회는 앞으로도 세계적인 이색 축제로서 더욱 발전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